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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폴 오스터 그리고 우연의 포스트모더니즘

기사승인 2021.01.06  22: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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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배재미디어센터 제공)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있다.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있다. 그들 모두는 스티브이다. 같은 이름이다. 우연이다. 1970년대 초 실리콘밸리의 Intel Corp.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램화된 하나의 칩chip을 개발한다. 스티브(W)는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는 여러 개의 칩, 전원장치, 모니터, 키보드를 하나로 결합했고 전원을 켜고 키보드를 누르자 모니터에 글자가 나타났다. 스티브 잡스: 창의적 사고를 지닌 혁신가의 저자 카렌 블루멘탈은 이 순간을 엄청난 발견의 유레카로 표현한다. 또 다른 스티브(J)도 그랬다. 그는 또 다른 스티브(W)에게 창의력을 공유하자고 제안했고 회사를 설립했고 그것을 애플Apple”로 정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였다. 그 이름은 단순한 생각에서 나왔다. 그는 애플apple농장에 다녀오는 길이었고 그곳에서 엄청난 양의 사과를 먹었다. 달콤한 사과 향이 차에 있던 그를 여전히 자극하고 있었다. 스타벅스의 로고인 사이렌Siren이 아름다운 여인의 매혹적인 유혹이듯이 그의 생각엔 에덴의 애플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일 것 같았다. 애플의 로고라면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할 것 같았다. applea로 시작되어 더 좋았다. Apple이라면 전화번호부에도 아타리Atarie”에 앞서 기재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미지의 단순함도 좋았다. Apple , PC의 슬로건을 보면 알 수 있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정교한 것이다.” 어쨌든 회사명이 “Apple Computer”가 된 것은 사과농장방문에 의한 우연의 산물이었다. 다시 스티브 잡스다. 그는 모나 심슨이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그들 모두가 20대가 되어서였다. 잡스는 27세였고 모나 심슨은 이곳이 아닌 어디라도Anywhere But Here라는 소설로 제법 명성을 얻고 있던 때였다. 그 후 그녀는 평범한 사내A Regular Guy을 쓰게 되는데 주인공은 일에만 몰두하고 딸에겐 몹시 소홀한 실리콘밸리 기업가이다. 스티브 잡스가 모델이 되었다. “그는 너무나 바빠 화장실 변기 물도 내릴 시간이 없었다.He was a man too busy to flush toilets.”로 시작되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전혀 평범한 사내가 아니다. 일에만 집중하는 그야말로 워크홀릭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우연이 존재한다. 스티브는 양아버지인 잡스Jobs”의 성을 따라 잡스라는 성을 가지게 되었고 그 의미(job: , 직업)처럼 일중독자가 되었다. 폴 오스터Paul Auster가 있다. 그는 동시대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미국의 소설가이다. 그는 레드노트북The Red Notebook에서 우연을 강조한다. 그는 이 산문집의 한 에피소드에서 곤궁에 처했던 시기에 단비처럼 자기를 사람이 진실로 설탕Sugar”이었다고 강조한다. 그토록 달콤했던 사람의 이름이 달콤한 설탕의 슈거였다는 우연성을 강조해서 말한다. 반면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법률적 자문이 필요했던 시기에 찾아간 사무소의 이름이 소송과 논쟁의아규 앤 피브스Argue & Phibbs였는데 법률사무소의 이름으로는 어울리는 것이었지만 공동변호사의 실제 이름이 아규Argue”피브스Phibbs”였다는 우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뉴욕3부작에서도 삶의 불확정성과 우연에 대해 말한다. 폴 오스터에게 우연은 현실의 일부이다. 그는 내가 우연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억지논리의 욕망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삶은 우연과 운명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스티브 잡스이다. 그가 여동생인 모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쟌달리Jandali라는 그들의 친부에 대해 말한다. 스티브는 자신을 버린 친부에 대해 미련이 없었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말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이미 친부를 만났었다는 것인데 그것도 친근하게 악수까지 한 사이였다. 그는 잡스는 찾았던 한 레스토랑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폴 오스터는 에드몽 당테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연에 의해 필요한 것을 얻게 된다고 말하는데 스티브 잡스는 본인의 의지여부와 상관없이 우연에 의해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된 셈이다. 스티브는 친부와는 달리 양부인 폴 잡스는 매우 사랑했다. 그의 양부에 대한 사랑은 로렌 파월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Paul”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지어 주었다. 그런데 사실 스티브 잡스의 미들네임도 폴이다. 그렇다면 이들 모두는 다 같이 폴이다. 이름의 불확정성이고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우연을 강조한 폴 오스터의 이름도 역시 Paul”이다. 그런데 그의 뉴욕3부작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유리의 도시를 보면 온통 로 가득하다. 먼저 작가의 실명인 폴 오스터가 있다. 그리고 작품 속 작가인 폴 오스터가 있고 가상의 탐정인 폴 오스터가 있으며 탐정으로 분한 폴 오스터가 있다. 모두가 폴이다. 이름의 불확정성이다. 포스터모더니즘이다. 스티브 잡스도 폴 이고 폴 오스터도 폴이다. 그리고 그들과 관계된 많은 사람들(실제든 가상이든)이 모두 다 폴이다. 우연이다. 시뮬라크르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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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계 최초의 비디오 게임을 시작으로 아케이드 게임, PC 게임, 핀볼, 휴대용 게임기을 제조한 회사로 스티브 잡스의 첫 직장이기도 했다. 

미디어센터장 영어영문학트랙 교수 박윤기〉 

배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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