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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ffee Shop에서 있었던, 그 “일”

기사승인 2019.10.02  15: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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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책의 이미지 사진이다. (사진= 박윤기 교수)

그 “일”은 스타벅스에서 일어났다.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자주 있는 일이니까.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빈번하게 반복되는 불행한 일이기는 하다. 그것은 인종차별에 대한 강한 의혹이다. 매번 다르지만 매번 비슷한 유형이다. 이번엔 ‘Aziz’대신 ‘Isis’라는 잘못된 표기에서 비롯되었다. ‘아지즈Aziz’는 주문했고 바리스타는 라벨에 ‘아이시스Isis’로 적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매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지즈는 분개했다. 그는 인종적인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아지즈는 이름이지만 아이시스는 이름이 아니다. 이름이기는 하나 사람을 지칭하는 이름은 아니다. 그것은 이슬람국가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지즈는 트위터를 이용했다. 그러자 맹공격이 시작되었다. 스타벅스 측은 곧바로 사과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며 사과 또한 처음이 아니라는데 있다. 아지즈 하면 문득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E.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이다. 비평의 방식은 다양할 수 있겠으나 에드워드 사이드가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제기한 식민주의내지는 포스트식민주의post/colonialism이론이 눈에 띈다. 작품에는 아지즈가 나온다. 그는 인도인 의사이다. 영국에서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아델라라는 여인도 나온다. 약혼자의 이름은 로니이다. 영국인들과 나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던 아지즈는 아델라 일행과 마라바라는 동굴을 탐사한다. 그런데 작품에 묘사되는 동굴의 이미지는 어둠과 공허이다. 그곳은 수많은 터널로 이루어져 있는 복잡하고 신비로운 공간이다.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공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들은 동굴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델라와 그녀와 함께 온 무어부인은 엄청난 혼란을 경험한다. 그녀는 아델라의 예비 시어머니이다. 무어부인은 동굴을 나와서도 그곳에서의 경험을 무섭고 불쾌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는 지금까지 품어 온 기독교적인 신념이 급속히 허물어지는 것을 느낀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질서가 핵심이다. 여기서 동굴은 인도의 모든 것을 상징한다. 동굴은 혼란과 무질서의 공간이며 인도의 특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기독교적 질서에 입각해 살아온 그녀에게 동굴이 혼란과 공포의 공간으로 느껴진 것은 당연하다. 아델라 역시 동굴 속 무nothingness라는 개념에 압도당하며 환각상태에 빠진다. 그녀 또한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해 살아온 여성이다. 이들이 경험한 것은 인도의 무시간적 절대성으로 이는 기독교적인 질서와는 대립되는 개념이다. 소설은 인도인과 영국인 사이의 격심한 갈등이 있고난 후 적절한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렇게 끝나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지즈는 친구라 믿었던 한 영국인에게 말한다. 그들은 나란히 말을 타고 가는 중이다. “왜 우린 친구가 될 수 없나요?” 그러자 상대방은 “그건 자신도 원하는바”라고 답한다. 그 순간 그들 앞에는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고 그들은 다시 한 줄로 거리를 두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다. 작품은 이렇듯 두 나라/민족/인종 사이의 하나 됨이 녹록치 않음을 암시하며 마무리된다. 뉴욕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에릭 놀스Eric Knowles는 “일부계층의 사람들은 자신의 두려움과 분노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편견으로 마음을 표출하는데 거기에는 특히 인종과 관련된 집단적 편견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S-Coffee Shop에서 있었던 그 ”일“에 한정해서 보면, 다른 사람/민족/인종을 온전히 이해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적어도 일부의 사람들에겐 아직은, 여전히, 이상적인 가치로만 머무르는 것 같다.

 

                                            <미디어센터장 영어영문학과 박윤기 교수>

배재신문 n1997alswl@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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